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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4 2박 3일, 남쪽 끝으로 내려가다: 해남 땅끝 상세보기

작성자: 관리자 조회: 36

2026.03.24

2박 3일, 남쪽 끝으로 내려가다: 해남 땅끝에서의 첫날

- 설렘의 출발
24일 오전 10시, 두 대의 차량에 교사 두 명과 열한 명의 아이들이 올랐습니다. 산성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마지막 장보기를 마치고, 대한민국의 최남단을 향해 바퀴를 굴렸지요. 지도에서 보면 해남 땅끝마을은 하나의 점 같지만, 그 점을 향해 달리는 동안 마음은 기묘하게 넓어졌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지도를 접는 대신 마음을 펼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 도착, 그리고 남도의 공기
오후 3시, ‘땅끝 남도의 향기’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은 느리게 불었고, 먼 산은 느긋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의 발길은 족구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라운드의 하얀 선 위로 햇빛이 미끄러졌고, 그 사이를 아이들의 웃음이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 족구, 기억의 근육을 깨우다
오랜만에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으니, 잊었다고 믿었던 반사신경이 문득 깨어났습니다. 한때 몸에 익었던 동작들은 낡은 노래의 후렴처럼, 약간의 박자만 맞추면 다시 흘러나오더군요. 물론 예전의 속도와 힘이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모습이 아니라, 시간이 덧칠한 또 다른 모습이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2시간이 넘게 뛰다 보니 호흡은 가빴지만, 마음은 오히려 한결 고르졌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과거가 현재와 악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삼겹살의 물리학, 그리고 공동체의 화학
운동을 마치고 준비해 온 15kg의 삼겹살이 세 개의 그릴 위에서 일제히 지글지글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기름과 소금이 만나면, 과학은 곧바로 식욕의 문학으로 변합니다. 집게를 옮기는 손끝마다 바삭함과 육즙의 균형을 저울질했고, 접시들이 오가는 동선에는 보이지 않는 배려가 오갔습니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고기를 집어 들 때마다, 공동체라는 단어가 추상에서 구체로 바뀌었습니다. 만사소년 관계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표정이 그분들의 노력이 만든 가장 확실한 성과처럼 보였습니다.

- 밤의 장기자랑, 용기의 그림자놀이
저녁 식사 후 아이들은 장기자랑과 게임으로 무대를 채웠습니다.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춤으로, 또 누군가는 웃음으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담력훈련 시간에는 손전등 불빛 하나가 어둠을 가르며, 각자의 작은 두려움을 가시처럼 하나씩 뽑아냈습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을 때가 아니라, 두려움을 데리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기술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몸으로 배웠을 것입니다.

- 하루의 닻을 내리며
22시 46분, 모든 일과를 마무리하고 샤워를 끝낸 아이들은 차례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창문 너머 바람의 결은 더욱 부드러워졌고, 멀리서 파도와 벌레 소리가 겹쳐 작은 자장가를 만들었습니다. 첫날의 성취는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땀을 나눴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로써 2박 3일 일정 중 첫날의 항해는 무사히 닻을 내렸습니다. 남은 이틀이 어떤 장면으로 이어지더라도, 오늘의 호흡과 웃음은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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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04-07 15: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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